사서의 선택

[사서의 선택] 메이커스페이스 구축에서 유의할 점

등록일 2018.10.05 조회수 799

서관은 조용한 독서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식을 창출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도서관은 정보와 자원들을 대출이나 접근이 가능하도록 노력해왔다. 메이커스페이스(Makerspace)는 기술과 장비에 ‘접근(Access)’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다. ‘접근’은 도서관 미션의 중요한 부분이다. 그 대상이 책이나 저널이거나, 데이터베이스거나 인터넷에서 제공하는 정보이거나, 혹은 컴퓨터나 프린터와 같은 기기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메이커스페이스 서비스는 도서관의 미션에 완벽하게 부합한다.

하지만 도서관에서의 메이커스페이스구축과 운영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공간의 관리와 감독, 프로그램의 기획과 운영, 공간을 사용하는 이용자와 봉사자관리 등 도서관측이 감당할 부분이 만만치 않다. 공간과 장비 확보, 운영인력의 문제, 프로젝트의 기획과 진행, 공간과 장비의 관리, 장비교육과 안전교육, 예산 출입관리 등 기존의 도서관 프로그램실 운영보다 훨씬 복잡하여 도입과 운영이 쉽지 않다. 자 그렇다면 메이커스페이스 구축에 앞서 유의해야 할 사항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1. 지역사회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잠재 이용자를 파악하라.

지역사회와 이용자 분석은 도서관의 연간 계획수립처럼 실질적이고 상세한 사항들에 근간을 두어야 한다. 지역사회의 구성원들과 주요 사업체들을 분석하여 지역사회의 필요와 요구를 파악해야 한다. 지역사회와 이용자 분석을 기반으로 성인 중심의 놀이기반 제조 공간으로 조성할 것인지,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s)1들을 위한 미디어 스튜디오를 구축할 것인지, 어린이 대상의 창의력 배양을 위한 STEM 교육2과 공예를 지향할 것인지, 아니면 복합적 기능을 추구할 것인지 각자의 도서관에 가장 적합한 메이커스페이스의 형태를 결정해야 한다.


사진1. 중국 상하이도서관의 메이커스페이스 (출처: 조금주)



2. 메이커스페이스의 공간 규모와 운영 시간 결정하기

메이커스페이스 공간은 어느 정도의 규모여야 할까? 물리적 공간 확보는 운영인력, 장비와 재료를 포함한 소요 예산, 참가자 적정 인원 파악 등 프로젝트의 기획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차타누가공공도서관(Chattanooga Public Library)처럼 4층 전체(면적 1,114m²)를 새롭게 조성하기도 하고, 웨스트포트공공도서관(Westport Library)처럼 이용률이 낮아진 지도와 사전류들로 가득한 참고서가 5칸을 치우고 자료실 한가운데 메이커스페이스를 만들기도 한다. 새로이 구축할 공간이 부족하다면 ‘메이커 버스(Maker Mobile)’, 혹은 팝업 메이커스페이스나, 인근의 다른 도서관들과 장비를 공유하는 ‘메이커 보관창고(Maker Storage)’와 같은 대안도 고려해본다. 다만, 적정한 인력을 운용함으로써 운영시간 동안에는 항상 메이커스페이스에의 접근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공간을 비워두거나 문을 잠가두는 일은 공간의 낭비이기도 하지만 비(非) 메이커적이기도 하다.


사진2. 웨스트포트 공공도서관 열람실 내의 메이커스페이스와 공중에 전시된 원목비행기 2대 (출처: 조금주)



3. 메이커스페이스의 성공 여부는 운영 인력에 달려있다

메이커스페이스 구축에서 가장 경계할 요소는 공간이나 장비가 메이커스페이스의 필요충분 요건이라고 생각하는 태도이다. 메이커스페이스는 지정된 공간이나 특정한 종류의 장비나 재료들보다 운영인력과 커뮤니티가 더욱 중요하다. 메이커 문화를 활성화하는 요소는 무엇보다 지역사회와 사람들이다. 현장의 메이커 운영자들은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공급하고, 프로젝트의 참가자들이 서로 기술을 공유하고 가르쳐주면서 나이와 성별, 지위를 넘어서 끈끈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메이커 활동은 창의적 사고만이 아니라 커뮤니티의 파트너쉽과 협력이 중심이 되기 때문에 메이커스페이스 성공의 열쇠는 운영자에게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 장비구축, 작게 시작해도 괜찮다

시작 단계부터 막대한 장비와 재료들을 쌓아놓을 필요는 없다. 과정을 염두에 두면서 단계별로 어떻게 지속해 갈 것인가를 고민하라. 지역사회나 도서관 이용자가 반드시 필요로 하는 것부터 구입하라. 메이커스페이스라면 3D프린터와 같은 하이테크 기기들을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는 오해를 하기 쉽다. 3D프린터나 리틀비츠(littleBits), 프로그래밍 로봇과 같은 기기들은 우수한 장비들이지만 이용자들에게 창의적 영감을 줄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라도 괜찮다. 레고나 창의 블록과 같은 간소하지만 효과적인 재료들도 있고, 종이회로 키트(Paper circuits), 스마트폰 활용과 같이 비용이 적게 드는 프로젝트부터 시작하면 된다. 고가의 장비라면 인근 도서관과 공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진3. 미국 미셀 오바마 러닝랩 장비 (출처: 조금주)



5. 별도의 저장 공간과 전시 공간이 필요하다

도서관 내에 영구적인 메이커스페이스를 구축한다면 장비와 도구를 위한 별도의 저장 공간과 전시공간이 필요하다. 이는 작업 공간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고가의 장비와 재료들을 안전하게 보관하기에 유리하다. 어떤 프로젝트들은 비교적 장기간 작업이 진행되기도 하고, 이용자들은 자신들의 창작품이 다음 작업 시간까지 손상되지 않고 보관되기를 원한다. 진행 중이거나 작업 중인 작품들을 보관하는 장소와 완성된 물품들을 전시할 서가나 전시공간이 필요하다. 메이커스페이스 입구에 참고가 될 만한 메이커 활동 관련 도서들을 전시하는 서가를 두기도 하고, 메이커 작품 전시장을 꾸미는 것도 이용자들의 관심을 모으는 좋은 방법이다.


사진4. 롱비치도서관 스튜디오 저장공간 (출처: 조금주)


사진5. 싱가폴 주롱도서관 메이커스페이스 앞 도서전시 (출처: 조금주)




6. 지역의 기관들과 파트너쉽으로 협력하라.

메이커스페이스 운영과 프로젝트 진행에서 사서들은 유능한 조력자가 되고 안내자가 되어야 한다. 사서들이 모든 주제의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지만 전문가를 찾아서 연결시켜주는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대학이나 전문기관들과 강한 유대관계를 맺는 것이 도서관의 메이커스페이스를 강한 커뮤니티로 발전시키는 좋은 접근방법이다. 페엣빌공공도서관(Fayetteville Free Library)은 인근 시라큐스 대학의 전문가들로부터 메이커스페이스의 구축과 운영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고, 웨스트포트공공도서관과 메디슨공공도서관(Madison Public Library)은 지역의 발명가나 예술가 집단의 지원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었다.



7.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미셀오바마도서관(Michelle Obama Neighborhood Library) 러닝랩의 정면 화이트보드에는 <안전한 메이커스페이스 사용을 위한 가이드라인(Guidelines for a Safe Makespace)>을 눈에 띄게 붙여놓았다. 1) 준비 과정을 지킬 것 2) 실험에 적절한 옷을 입고, 보호장비를 갖출 것 3) 장비를 정확하게 사용할 것 4) 배우고 탐구할 것 5) 실패하더라도 끈기를 갖고 꾸준히 할 것 6) 깨끗이 정리할 것 7) 부상이나 사고가 발생하면 즉각 보고할 것 등의 7가지 안전 수칙과 관련된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3


사진7. 미셀 오바마도서관 러닝랩 가이드라인 (출처: 조금주)


워싱턴DC의 마틴루터킹기념도서관(Martin Luther King Jr. Memorial Library)에서는 이용자가 팹랩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건강과 안전 관련 정보’를 포함하는 오리엔테이션 강좌에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 레이저 절단기, 3D 프린터, CNC 기기, 디아이와이어(DIWire)와 같은 전문적인 장비를 사용하려면 별도의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한 후에 해당 기기의 자격증을 받아야 한다. 또한, 3D프린터와 스캐너 사용에서 제3자의 지적재산권에 침해가 있거나 불법적이거나 미성년자에게 해로운 콘텐츠와 물품은 제작이 허용되지 않는다.4 최근 미국에서는 3D프린터를 이용해 플라스틱 총을 만들 수 있는 설계도가 인터넷에 공개됨으로써 3D프린터 플라스틱 총을 제조할 수 있게 되었다. 엄격한 메이커스페이스 이용 규정과 관리를 통해 이와 같은 위험성에 대비하여야 한다. 5


사진8. 마틴루터킹 기념도서관 팹랩 오리엔테이션 (출처: 조금주)



8. 도서관 메이커스페이스에서 공유와 협력의 중요성

일반 메이커스페이스의 기본 정신이 DIY(Do It Yourself)라면 도서관에서의 메이커스페이스는 ‘DIWO(Do It With Others,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만들기) 정신’이 보다 중요시된다. 개인이 필요로 하는 무엇을 만들었는가 하는 개인의 성장보다 무엇을 함께 만들어서 다른 이들을 위해 공유했는가 하는 협력과 공유가 도서관에서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는 메이커스페이스 참여자들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서로 연대하고 협력하면서 메이커 생태계를 만들고 지역의 문화를 활성화하고, 이러한 지역공동체의 형성과 성장은 결국 우리 사회를 보다 좋은 사회로 만들어가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도서관의 메이커스페이스는 우리 사회의 성장과 발전에 필요한 창의와 협력의 공간이다.


사진9. 중국 심천시 바오안 도서관의 메이커 스페이스 (출처: 조금주)





저자
조금주(도곡정보문화도서관 관장)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고전문학을, 뉴욕 주립대학에서 문헌정보학을 공부하고 각각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은행, 송파어린이도서관, 미국의 사립대학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했으며, 현재는 도곡정보문화도서관 관장으로 이용자들을 만나고 있다. 기적의 도서관 2.0, 정독도서관 리모델링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개포도서관 건립 자문위원, 경기도대표도서관 건립 자문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세계의 도서관 탐방 기록인 네이버 블로그 "Zoe's Library"를 운영 중이며, 저서로 <미국 사회를 움직이는 힘, 도서관>(2015), <우리가 몰랐던 세상의 도서관들>(2017)이 있다.

편집
최연수

1 2001년 미국 교육학자 마크 프렌스키(Marc Prensky)가 “디지털 원주민, 디지털 이민자(Digital Natives, Digital Immigrants)’라는 논문에서 처음 사용했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성장한 세대를 일컫는다. Marc Prensky, (2001), “Digital Natives, Digital Immigrants”, On the Horizon, Vol.9 Issue:5, pp.1~6.

2 STEM이란 말은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의 준말이다. 1990년대 미국과학재단(NSF)이 주도적으로 사용한 용어로, 교육에서 과학과 기술 발달에 경쟁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교육정책과 커리큘럼에서 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한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3 “공공도서관은 메이커스페이스다 : 미셀 오바마 도서관”, 네이버 블로그 “Zoe’s Library”, https://blog.naver.com/zoe87/221317767796

4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하는 도서관 : 워싱턴 DC의 마틴 루터 킹 기념 도서관”, 네이버 블로그 “Zoe’s Library”, https://blog.naver.com/zoe87/220910606389

5 “Can you print a 3D gun at your local public library?”, CNYCENTRAL.COM, Aug 1, 2018 https://cnycentral.com/news/local/can-you-print-a-3d-gun-at-your-local-public-libr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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