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의 선택

[사서의 선택] 인공지능과 도서관 ②

등록일 2018.02.13 조회수 2335

난 호(바로가기)에서는 인공지능과 저작권의 개략적인 관계를 다루었는데, 그 요지는 인공지능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기술적 기반으로써 저작물의 축적 및 활용이 저작권법의 침해 책임을 야기하는지에 대하여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인공지능이 야기하는 저작권법의 난제 중 다른 하나는 인공지능 결과물에 대하여도 법적 보호를 부여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전통적인 관념에서 저작자는 사람만이 될 수 있고, 인공지능은 당연히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인공지능 결과물 중 사람이 창작한 저작물에 해당할 수 있는 결과물들은 사람의 창작물과 거의 우열을 구별할 수 없는 단계에 이미 이르렀거나 적어도 그러한 수준의 성취를 목전에 두고 있다. 저작자는 사람(사람으로 의제되는 법인, 단체 포함)만이 될 수 있다는 법원칙을 계속 고수할 것인지에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이번 호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서도 심각한 고민과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지만, 아직 이에 대한 연구는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 만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도서관은 전통적으로 정보의 저장소이며, 책으로 대표되는 저작유형물1이 체계적으로 분류되어 있는 공간이다. 도서관의 본연의 기능 중 하나는 소장한 “실물 종이 책”(전자책과 구별되는 의미)의 대여이고, 이렇게 함에 있어서 지금까지 법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같은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인공지능을 뒷받침하는 전자적 환경으로 점차 변모함에 따라 저작물 이용행위들이 앞으로는 어떠한 의미를 가지게 될까? 우선 도서관에서의 복제와 전송을 가능하게 한 현행 규정부터 살펴보자.



도서관에서의 복제에 대한 면책 규정

우리 저작권법은 도서관법에 따른 도서관과 대통령령이 정하는 시설에서는 도서관에 보관된 도서를 사용하여 저작물을 복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 도서의 자체 보존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디지털 형태로도 복제할 수 있지만, 조사와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공표된 도서의 일부분의 복제물을 1인 1부에 한하여 제공하는 경우와 다른 도서관의 요구에 따라 절판 그리고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구하기 어려운 도서의 복제물을 보존용으로 제공하는 경우에는 아날로그 형태의 복제는 할 수 있지만 디지털 형태의 복제는 금지된다(저작권법 제31조 제1항 참조). 또 도서관의 자체적인 목적을 위해서는 디지털 복제뿐만 아니라 이용자가 도서관 안에서 열람할 수 있도록 보관된 도서를 전송할 수도 있다. 이 때, 동시에 열람할 수 있는 이용자의 수는 그 도서관에서 보관하고 있거나 저작권자로부터 이용허락을 받은 도서의 부수를 초과할 수는 없다(법 제31조 제2항 참조).


이에 더하여, 판매용 도서가 아니거나 판매용으로 발매된 도서라고 하더라도 발행일로부터 5년이 경과하였다면 도서관은 다른 도서관 안에서 이용자가 컴퓨터를 이용하여 열람할 수 있도록 도서를 복제하거나 전송할 수 있다(법 제31조 제3항). 그런데 도서관은 도서의 자체 보존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와 도서관 내 복제, 전송 및 다른 도서관에의 복제, 전송을 함에 있어서 만약 도서가 디지털 형태(e-Book)로 판매되고 있다면 같은 디지털 형태로는 복제할 수 없다(법 제31조 제4항).


도서관은 조사,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공표된 디지털 형태의 도서의 일부분의 복제물을 1인 1부에 한하여 제공하는 때와 다른 도서관에서 컴퓨터를 이용하여 열람할 수 있도록 복제하거나 전송하는 경우에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기준에 의한 보상금을 저작권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법 제31조 제5항, 문화체육관광부 고시 제2016-20호 참조).


언뜻 보기에 위와 같은 관련 규정은 매우 복잡하다. 그러나 위 관련 규정이 지식의 재생산 기지로서의 도서관의 공익적 기능과 저작권자의 보호라는 가치를 조화시키기 위한 고려에서 정교하게 안출되었다는 점을 충분히 감안하여야 하리라고 본다. 크게 살펴보자면, 도서관 내와 다른 도서관, 그리고 도서관의 구역 밖으로 나가는 복제물을 구별하고, 아날로그 복제와 디지털 복제 및 전송 등을 구별하는 기준 등으로 복제물의 종류와 이용행위를 중심으로 촘촘히 나누어 둔 입법 형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행 규정으로는 인공지능이 강력히 결부된 미래 도서관의 모습에 부응하기는 부족하다.



인공지능을 뒷받침하는 저작권 제도의 개혁 논의

인공지능은 딥 러닝이라는 기법을 기반으로 한다. 이는 기존 저작물을 기본 구성으로 하는 전자적 구축이 전제되고, 또한 그러한 기본 구성 안에서 결정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매우 많은 수의 복제물이 있어야 한다.


지난 호에서 우리 법률의 공정이용의 적용 가능성과 일본을 필두로 하는 독자적인 면책 규정에 관한 논의를 소개하였다. 여기에서는 향후 우리의 개혁 방향에 대한 성급한 결론은 우선 유보한 채, 향후의 생산적인 논의를 위해서 일본의 독자적인 면책 규정을 좀 더 자세히 소개하여 보고자 한다.


일본 저작권법 제47조의7은 “저작물은, 전자계산기에 의한 정보해석2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한도에서 기록매체에의 기록 또는 번안(이에 의하여 창작한 2차적 저작물의 기록을 포함한다)을 할 수 있다. 다만, 정보해석을 하는 자의 이용에 제공하기 위해 작성된 데이터베이스 저작물에 대해서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일본 저작권법의 규정은 일본 정부가 발표한 “지적재산추진계획 2008”에서 정보해석분야의 연구개발 목적과 관련하여 그 필요성이 지적된 이후 2009년의 저작권법 개정으로 도입된 것으로서, 정보의 추출, 비교, 분류, 기타 통계적 해석의 목적에 한정되어 허용되고 있다. 기존의 웹정보 등의 방대한 정보의 축적, 변경, 해석 등이 요구되지만, 이와 같은 행위는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행태와 차이가 있어 저작권자의 정당한 이익을 침해할 경우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저작권법상 복제, 번안, 개작에 해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공적인 연구기관 및 산업계에서 연구개발 활동이 위축될 될 수 있는 실정이므로, 위 법조 신설을 통하여 저작권자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서도 정보해석에 필요한 범위에 한하여 저작물의 복제 및 번안을 할 수 있는 제한규정을 도입하였다는 것이다.


※ 이 글의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하고, 필자가 소속된 어떠한 단체나 회사의 의견도 아님을 밝힙니다.



1저작유형물이란 저작물이 담겨 있는 매체를 지칭하는 용어이다. 일상적인 의미에서의 책을 저작권법적 견지에서 보자면 정신적이고 무형적 소산인 저작물과 물리적으로 저작물을 담은 매체로 나누어 볼 수 있다.

2다수의 저작물 기타의 대량의 정보로부터, 당해 정보를 구성하는 언어, 음, 영상 기타의 요소와 관련된 정보를 추출, 비교, 분류 기타의 통계적인 해석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


신창환 변호사

김앤장법률사무소의 저작권, 엔터테인먼트 등의 분야에서 법률 자문을 제공하는 외국 변호사이다. 대통령실 정책자문위원,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위원과 한국게임법학회 부회장 등을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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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저작권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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