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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K] 빌려보고 찍어내고, 옛사람들의 소설읽기를 엿보다

2016-08-22 |1,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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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옛날에 한 남자가 종로거리의 담배 가게에서 어떤 사람이 소설 읽는 것을 듣다가, 영웅이 가장 실의하는 대목에 이르러서 갑자기 눈을 부릅뜨고 입에 거품을 물고는 담뱃잎 써는 칼로 소설 읽던 사람을 찌르니, 바로 죽었다. 종종 이처럼 맹랑하게 죽는 일이 있으니 우스운 일이다.

- 이덕무의 『아정유고』권3 「은애전(銀愛傳)」 중에서 –

인용문은 사람들에게 소설을 재미있게 읽어주던 이야기꾼이 갑자기 이야기를 듣던 사람의 칼에 찔려 죽게 된 사건으로 조선 후기 사람들이 소설에 대해서 열광한 사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립중앙도서관(관장 임원선)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밀려난 우리 사회의 독서열을 돌이켜 볼 수 있는 기획 전시를 연다. 오늘날 상업출판의 원류로 평가되는 방각본 소설을 중심으로 당시 새로운 도시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았던 ‘소설 읽기’ 열풍의 현장을 만나본다.

18~19세기 한양의 새로운 도시문화 ‘소설 읽기’ 현장 속으로

놀거리와 볼거리가 변변치 않았던 그 옛날, 잠시나마 사람들에게 특별한 재미를 주기도 하고 현실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새로운 세상을 마음속에 그려볼 수 있게 한 것이 ‘소설’이었다. 조선 후기 농업기술이 발달하고 상품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한양을 비롯해 상업 도시들이 생겨나기 시작하는데, 이곳에서 생겨난 도시문화가 바로 소설 읽기였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원하는 소설을 사거나 빌려보고자 하는 수요층도 상당히 두꺼워졌다.

이렇게 늘어난 소설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돈을 받고 소설을 빌려주는 세책(貰冊)과 목판을 이용하여 대량으로 찍어냈던 방각본(坊刻本)이었다.

이번 전시는 총 5부로 구성된다. △ 1부 ‘상업출판이 움트다’에서는 관판본 위주의 조선시대 서적 출판에서 민간의 출판과 유통이 생겨나는 상황을 개괄한다. 그리고 동시대 중국과 일본의 출판 동향 및 상업출판이 출현하기까지의 상황을 비교하여 조명한다. △ 2부 ‘소설의 열풍 속으로’는 18~19세기 한양의 새로운 도시문화가 형성되면서 발생한 소설 읽기 열풍을 전달한다. 또한 이로 인해 탄생한 전기수 등 이른바 ‘소설로 먹고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조선 후기 소설 열기를 간접 체험할 수 있다.

△ 3부 ‘세책거리를 거닐다’는 세책점과 번화했던 시장모습을 연출하여 당시 소설을 빌려주던 저잣거리를 재현한다. △ 4부 ‘소설 대중화의 주역, 방각본’은 조선 후기 소설 대중화의 주역인 방각본이 서울뿐만 아니라 전주와 안성 등 지방으로 확산된 상황을 그 지역에서 출판된 방각본을 목판과 함께 전시함으로써 확인한다. 또한, 이 세 지역에서 공통으로 간행되었지만 다른 내용을 담고 있는 당시 대표적인 베스트셀러 소설 『춘향전』을 비교해서 볼 수 있다.

마지막 △ 5부 ‘딱지본의 등장, 세책점을 기억하다’는 새로운 인쇄기술이 도입됨에 따라 국수 한 그릇 정도의 싼 값이라 ‘육전소설’로도 불리던 딱지본으로 변한 세책과 방각본, 더불어 문인들의 기억에 남은 세책본과 현재 책 대여점의 모습 등을 볼 수 있다.

옛 사람들의 ‘독서열풍’, 우리 시대의 ‘독서열풍’ 불씨로…

국립중앙도서관 관계자는 “요즘 젊은이들이 인터넷과 스마트 폰의 영향으로 책에서 차츰 멀어져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200년 전 상업적 출판과 유통의 맹아를 싹틔웠던 세책과 방각본을 통해 당시 불어 닥쳤던 옛사람들의 독서열풍을 되새겨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조선의 독서열풍과 만나: 세책과 방각본’ 고문헌 기획 전시는 8월 9일(화)부터 11월 30일(수)까지 국립중앙도서관 본관 전시실(1층)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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