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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공부한다! 2015④ – 사람과디지털연구소 구본권 소장이 이야기 하는 디지털 리터러시

2015-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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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文解力, literacy).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뜻한다. 디지털 세상에서 문해력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은 말한다.1) 그는 국립중앙도서관 사서들에게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강단에 섰다.

구 소장은 조선일보의 ‘만물상’, 경향신문의 ‘여적’, 동아일보 ‘횡설수설’ 등 지난 시절 신문사들의 지식 칼럼들을 보면 한 사람의 논객이 깊이가 있으면서도 다양하고 정확한 지식을 전하는 것에 감탄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한 멋진 칼럼을 쓴 선배들에게 어떻게 그런 글을 쓸 수 있었는지 물어보면 그들은 “그거 내가 쓴 거 아니야. 내가 제목만 정하면 조사전문가들이 자료를 다 찾아줘. 그 사람의 능력이 7할, 8할이야. 나는 정리한 사람에 불과해”라는 대답을 듣곤 했다고 말했다.

‘조사기자’는 신문사의 사서로, 신문의 기사와 칼럼 등을 만드는 과정에서 핵심적 고리의 역할을 담당한 인력이다. 왜 과거형일까? 정보의 구성단위가 물리적 단위인 원자(atom)에서 전자적 단위인 비트(bit)로 바뀌면서 직무환경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과거에 조사기자들이 하던 업무가 구글 등 인터넷 검색엔진으로 대체되면서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던 사람들만 잘 할 수 있던 일을 이제는 누구나 잘 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많은 언론사에서 조사전문기자들은 거의 사라졌으며 한두 명의 비정규직들이 기본적인 스크랩만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구 소장의 대답은 “사회에서 그 직업이 더 이상 필요 없어진 것인지, 아니면 과거의 역할과 다른 새로운 임무를 요구하는 것인 지를 물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자와 사서는 지식의 중개자라는 게 공통점이다. 중개자란 스스로 하기 번거롭고 힘든 일들을 대행해주는 사람이다. 세무사, 변호사, 증권투자상담사, 공인중개사 등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자격증, 허가, 전문성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이제는 프로그램 하나면 과거 가장 뛰어난 중개자들보다도 훨씬 더 잘 처리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예전에 하던 일의 효율을 향상시켜서 더 잘해야지 하는 생각은 대단히 무망한 일이 될 수 있다고 구 소장은 주장한다.

스티브 잡스의 딸은 아이패드를 사용했을까?

요즘 10~20대들은 디지털 네이티브이기 때문에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잘 다룬다. 스마트폰의 혁신을 이룬 아이폰(iPhone)의 아버지 스티브 잡스는 과연 자식들에게 아이패드(iPad)나 아이폰을 선물했을까? 매우 역설적이지만, 스티브 잡스는 세 자녀들의 인터넷 이용 시간을 엄격히 제한했다고 한다. 아이패드가 출시 됐을 때도 전혀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자녀들의 인터넷, 스마트 기기 사용 제한은 스티브 잡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대표 이동통신사 홍보팀장들도 자녀들의 스마트폰 사용에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었다. 어떤 통신사의 홍보팀장은 자녀들에게 스마트폰 대신 MP3 플레이어, 디지털카메라, 게임기를 모두 따로 사줬다고 한다. 또 어떤 자녀는 중학생이 될 때까지 스마트폰을 가져본 일이 없었고, 스마트폰을 사주더라도 데이터 이용 서비스는 포함되지 않은 음성 통화 전용 요금제를 선택해 와이파이(WiFi)가 되는 곳에서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2) 요즘 초등학교 입학만하면 다들 휴대폰, 그것도 스마트폰을 사주는 것이 일반적인데, 뜻밖의 현상이다. 하지만 이들이 이렇게 하는 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는 법. 통신사의 홍보팀장이라면 기술의 영향력을 알고 디지털 리터러시를 갖추고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들은 스마트폰이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에, 자녀들의 디지털 기기 접근에서 여느 부모들과 다른 길을 선택한 것이다.

인간 사고(思考)의 기본값, 망각에서 기억으로

인간의 사고의 초기값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망각’이 인간 사고의 기본값이었는데 현재는 ‘기억’이 기본값이 됐다. 기억을 지우려면 상당한 노력과 비용이 든다. 종종 신문사로 과거의 기사를 지워달라는 요청이 들어온다고 한다. 그들의 사연을 들어보면 마땅히 지워줘야 하지만 아키비스트(archivist)와 같이 기록을 보존해야 하는 사람에게 기록을 지우는 것은 직업 윤리상 쉽게 허용되는 일이 아니다.

도서관 또한 마찬가지이다. 도서관은 망각과 몽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소중히 기억해야 할 것들을 모아놓은 장소이다. 예전에는 책과 같이 아날로그적인 방법으로 기록들이 저장됐다면, 디지털 시대에 들어서면서 디지털도서관이 생겨나고, 아날로그적 기억과 지식들이 디지털 방식으로 변환돼 저장되고 이용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로 저장된 기억들은 누군가의 요청으로 한 곳에서 지워졌다 하더라도 다른 곳에서 저장하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완전한 망각이 어렵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수십 명의 노예를 거느리는 왕

디지털 리터러시란 무엇인가? 건국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황용석 교수는 디지털 리터러시에 대해 “인터넷과 같은 디지털 기기의 내용을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생산적인 참여와 관계 맺기를 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며 “대중매체 시대에 주어진 콘텐츠를 잘 가려서 수용하는 능력이 중요했다면, 인터넷 시대에는 그것을 넘어서 생산적으로 잘 이용하고 건강한 사회경제적 참여를 이루는 능력이 요구된다”고 사람과디지털연구소와의 인터뷰3) 에서 말한 바 있다.

구본권 소장은 디지털 문명 덕분에 현대인들은 이삼십 명의 노예를 부리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일종의 왕처럼 살고 있다는 것이다. 임금이 성군이냐, 폭군이냐 하는 평가는 임금이 국사와 신하들의 능력을 잘 파악하고 얼마만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왕이 된다고 걱정거리와 업무로부터 해방되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사회에서는 디지털 리터러시를 갖추고 있느냐 여부가 우리를 성군으로도 만들 수 있고 폭군으로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시대에 스마트폰과 기술을 더 행복하고 지혜롭게 사용하기 위해 구본권 소장이 전하는 몇 가지 지침을 소개하며 강연 정리를 마치고자 한다.

1. 기기가 당신을 조종하지 못하게 하라.
디지털 기술이라는 까다롭고 힘센 상대를 다스려 부리려면 무엇보다 그 속성을 학습해야 한다.


2. 디폴트 세팅을 ‘나만의 설정’으로 바꿔라.
기기를 구입하고 앱이나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맨 먼저 할 일은 초기 값이 어떻게 설정되어 있는지를 살피고 자신에게 최적화된 상황을 찾아가며 ‘나만의 설정’으로 바꾸는 것이다.


3. 가능한 한 자주 ‘방해금지 모드’를 활용하라.
회의 시간, 집중하고 싶은 시간, 심야 시간에는 스마트폰을 방해금지 모드(차단 모드)로 사용하라. 스마트폰을 잠재우고, 방해받지 않는 당신만의 시간을 확보하라.


4. 수시로 이메일, 알림을 삭제하고 청소하라.
쇼핑 안내 뉴스레터는 당신의 지갑만 노리는 것이 아니다. 더 소중한 당신의 주의와 시간을 앗아간다. 스마트폰 앱의 알림도 마찬가지다.


5. 뇌가 휴식할 시간을 제공하라.
산책이나 조깅을 하는 것은 뇌를 활성화시켜주는 두뇌 충전 프로그램으로, 휴식 이상의 행위다.


6. 올리기 전 프라이버시를 먼저 점검하라.
“만약의 경우 신문 1면에 그대로 실려도 좋은가”라는 것이 그 잣대가 될 수 있다. 위치정보와 궤적이 나타나 있는 인터넷 기록도 유의하라.


7. 소셜네트워크의 분칠에 현혹되지 마라.
하루에 소셜네트워크를 얼마나 이용할지 시간을 정해놓고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투입하지 않도록 하라.


8. 스마트폰과 동침하지 마라.
침실이나 이불 속으로 스마트폰을 가져가지 않도록 하라. 스마트폰 바구니 같은 것을 마련해 심야에 스마트폰이 있어야 할 자리를 지정해두라.

9. 스스로를 검색해보라.
검색엔진에서 종종 자신의 이름과 아이디로 검색해보라. 자신이 인터넷 세상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노출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10. ‘모바일 신언서판’이 새 에티켓이다.
통화 습관, 문자 대화, 소셜네트워크에서의 태도가 당신의 평판과 이미지를 만드는 세상이다.

강연정리_계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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